행복하게 오래오래/레이스타인

세인트 5. 성 구스타브의 반지(3)

슬기옥 2022. 2. 13. 17:57
67화. 성 구스타브의 반지(3)



 

켈리는 차는 한 모금도 안 마신 가라몬드를 발견했다. 시종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차렸다.

 

 

"갈리에르토 베르타 가라몬드 후작이 공주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군, 시종장. 어쩐 일인가?"

"전하께서 공주님의 귀환을 허하셨습니다."

 

 

조지의 말대로 그녀가 떠날 때가 된 것이었다. 켈리는 섭섭한 심정을 애써 숨겼다.

 

겨우 솔직해질 수 있었는데.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지도 못했는데.

 

 

"내가 이곳으로 보내진 직후 왕실 분위기는 어땠지?"

"잘 가셨다고 하니 안도하고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마부가 무사히 왕성으로 돌아갔다는 뜻이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공주의 상태를 확인했으니 서두르려는 듯했다. 켈리는 가라몬드를 붙잡았다.

 

 

"잠시 시간을 주게. 채비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켈리는 응접실 문을 벌컥 열어 형제들이 여전히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수군거리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그들 중 조지만이 켈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당신이 공주님이라고?"

"그렇다네. 안 믿을 것 같아서 말하진 않았어."

 

 

처음 만났을 때 공주의 본명을 대는 게 이상하긴 했다. 그가 아는 한 왕족이 이곳에 올 리 없으니.

 

그러나 동생들의 반응이나 뒤따라 나온 시종장이라는 사람의 눈초리가 지금 당면한 게 진실임을 증명했다.

 

조지는 착잡함에 목소리가 거칠게 나왔다.

 

 

"당신이, 흠, 우리는 살려두라고 했다지."

"그래."

 

 

조지의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드리워졌다.

 

그는 어둠 속에서 등불에 희미하게 비친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녀의 얼굴로 나타난 것이 켈리의 정체를 알게 돼서 만들어진 이미지인지 진짜 기억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당신에게 목숨을 빚졌군."

"나도 자네들 덕에 이렇게 있으니 주고 받은 셈 치지."

 

 

켈리는 뒤편에서 가라몬드가 나타나자 대화를 멈췄다.

 

 

"이 아이도 함께 가도록 하지."

"그 분은 무슨 연유입니까?"

"로레인가의 주인이자 그날 일의 진실을 밝혀줄 증인이라네."

 

 

일곱 형제 모두가 놀란 눈빛으로 켈리를 바라보았다.

 

 

"로레인가의 주인이라고?"

"그래. 자네가 이 가문의 주인이 아니라면 뭐지?"

 

 

외부인에게서 그들의 가문이 불경스럽지 않게 언급된 최초의 순간이었다.


"공주님!"

 

 

찰리가 체면이고 뭐고 다 내던지며 달려왔다. 켈리는 그녀의 요즘 귀족 영애 같지 않은 그런 면이 좋았다.

 

공주를 마중 나온 자리에는 루이넬 챌링턴 대신 앨리스가 있었다. 앨리스는 조지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 지었다.

 

율리우스는 찰리가 켈리에게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아바마마의 부르심에 지체 없이 돌아왔습니다."

"그간 고생이 많았다."

"로레인가 가주의 극진한 대접으로 불편 없이 잘 있었습니다."

 

 

'가주'라는 단어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움찔 떨었다. 특히 조지는 '극진한 대접'이라는 표현에 양심이 찔렸다. 말을 내뱉은 당사자만이 태연한 자세로 율리우스를 응시했다.

 

문득 켈리는 아버지 옆에 앉은 왕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라는 로레인가의 저택에서 본 초상화 속 여자와 닮았다. 사라는 못마땅한 표정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낳은 아들을 저렇게 바라볼 수가 있다니.'

 

 

사라를 보는 켈리의 시선도 그리 살갑진 않았다. 왕후가 입을 열었다.

 

 

"반역자를 두고 가주라니 이 무슨 불충한 언행이냐?"

"마리아 선대 왕후를 시해한 진범을 찾았거든요."